출근해서..

성탄 이브에 쓰는 편지

해슬기 2004. 12. 24. 08:49

추운 아침이다
잘 지내고 있는지?


난 겨울이 오면 니 생각에 맘이 푸근해지곤 한다.
아무리 추워도 겨울은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가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내 곁에 친구의 기억이 한자리 차지하니까..

 

특히 넌 나에게 어떠한 존재였나  너도 잘 알지
우린 서로 사랑했었으니까

 

감히 나에게 첫사랑이라고 분명 얘기하고 싶은 너
당돌한 네 질문에 주눅들어 니가 내곁을 떠나게 만든 나

참 그 당시는 내가 너무 왜소했지
그때 왜 좀 더 당당하지 못했을까

그랬으면 아마 지금도 널 사랑할 수 있을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 점점 니가 좋아..."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온 밤을 꼬박 새웠쟌아
아마 그밤은 하얀 크리스마스 이브였을거야

중앙우체국서 니네 엄마한테 못들어간다고 전화하고
둘이서 눈길을 많이도 걸었지 명동,광화문, 종묘...

우리가 새벽에서야 얼굴 마주보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던
그 카페는 정녕 나에겐 잊지못할 아픔이지....

 

아냐 더한 아픔은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면서 나눈

그 정지된 시간속이겠지
"날 좋아하지 마세요..  그냥 친구처럼 지내요..."

 

아련히 기억되는 그 순간이다
그 뒤 우린 서로 다른 길로 다른 사랑을 해야했나?


아니지 넌 쉽게 다른 남자를 사랑했지만 난 널 못잊었지
군에 가서 보내준 단 한통의 네 편지 역시
그 추운 겨울 바람에 더한 고통을 안겨줬지

마지막 말 먼지 알아
"영원히 행복하세요.."

 

하지만 난 널 미워할수도 없었고 단지 내 소중한 추억만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지

비록 나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나에게 그런 고통을
주었다 해도 난 널 사랑했어

네가 준 마지막 선물 기억하니
두툼한 붉은 성경책..

그 첫장에도 그리 썼지
"영원히 행복하세요..."

그 성경책을 난 기억속에서 널 지워버리려고 군대 창고에 영원히
남기고 왔단다

그 성경책에 사연을 누군가 알려고 하지 않겠지만
내 싸리한 기억에 그걸 내 다른 생활속으로 가지고 오고 싶지 않았어

 

이렇게 추운 날은 정녕 니가 보고싶다
널 보내고 내가 얻은 교훈은 여자에 대해 많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순수했던 내 마음만은 기억해다오
언제까지라도 난 너에게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했다고 기억해줘..

지금 나와 인생을 같이 가는 울 옆지기에게도 니 얘기 다 해줬다
재미있어 떼쓰며 매달리는 모습이 이뻐서 몇날을 두고 애기했지..

 

추운 겨울날 밤 호호 불며 포장마차서 오뎅 먹던

그 시절이 그리운 그런 추위구나

우리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던 그 날도 많이 추웠지
첨으로 잡아본 네 손..  아니 장갑낀손..
가슴 뛰는 온기를 느낄 여유도 없었지만....

세상이 모두 따스한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만큼 정겨웠으면 좋겠다

겨울이 되면 유난히 커진 네 눈이 보이는구나
참 이뻤어.   글구 곱고..

아줌마가된 널 그려본다..
몇년전에 본 뚱뚱한 니 모습에 적쟌이 놀랬지만 그 걸음거리하며

예전의 모습 많이 떠올랐단다..

 

이제 내가 니말을 대신한다.
영원히 라는 말 나 싫어하지만

"행복해야돼....영원히..."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