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을 찾아..

친구와 막걸리

해슬기 2010. 9. 24. 10:42

오랜만이다

요즘 정신줄 놓고 사는지 진득하지 못하다

 

추석 휴가 마지막 날인 어제 낮에 뜬금없이 고등학교 동창인 친한친구가 북한산 등반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명절 쉬고 와서 산에 오른가보다

난 아내더러 오늘 산에 가쟌 소리 하지 말라고 이르고 그냥 푹 쉬고있었다

어려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읽고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정릉 버스종점 부근에서 만났다

돼지 머리고기에 막걸리를 마셨는데

워낙 술 좋아하는 친구라 둘이서 여섯병을 마셨다

 

동탄까지 가야하는데도 꽤나 질기게 마신다

늘 그랬지만 어제도 내가 챙겨주는 꼴이다

그 친구가 나한테는 젤 친한 친구지

집안 사정 서로 꽤뚫고 있고

성장과정 다 알고 ..

 

더 더욱 우리가 친할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린 20대 초에 송창식,윤형주,이장희,양희은,아바,딥퍼플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고

우린 20대 초에 젊어서 고생은 돈주고 사서도 한다고 포장마차도 했었다

인천 송림동 현대극장 건너편에서 젊은 애들 셋이서 오뎅팔고 빈대떡에 김밥 팔면서 소주를 한잔에 30원씩 받으며

많이 남겨 먹는다고 미안해 하던 젊은이들이었다

 

김포집에 순대국 냄새가 싫어서 코막고 드나들었으며

시장 경비한테 포장마차 하는데 봐달라고 뒷돈으로 500원 동전도 쥐어줘 봤고

방범대원들한테 소주한잔 대접하며 젊은사람들이 뭔가 이뤄보겠으니 잘좀 도와달라고 해봤고

 

김밥을 말을 줄 몰라 가로가 아닌 세로로 말아서 팔았고

계란을 삶는 시간을 제대로 정하지 못해서 꼭 먹어봐야하니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게 한판에 두 세개였다

 

남들한데 도움을 받으면 미안해서 꼭 인사해야하는 정직함도 있었고

양아치들을 우리편으로 만들기 위해 형님 형님 아양도 떨었으며

세상 사는데 비겁함도 필요함을 느꼈던...

 

그런 얘기를 나눌 친구와 막걸리 마셨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흘러버린 시간이지만

우린 여전히 패기있는 젊음이 있다고 믿는다

나이 오십중반에 세상 다 살은 척 할 필요 없으니까

 

내일은 또 한명 모여서 북한산 등산하기로 정했다

정년퇴직한 친구와 간만에 셋이서 땀도 흘리고 얘기나 실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