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함께

고교 동창모임

해슬기 2015. 11. 29. 12:20

 

 

 

 

제법 눈이 보기 좋게 내리는 남춘천역이다

함박눈은 아니고 맞아도 불편해하지 않을 아침이다

부지런 떨어 춘천을 떠나왔다

 

어제 동창 송년화 겸 모임이 있어 참석하고 1박 했다

암 수술하고 처음이라 친구들이 많이 걱정해주어서 고마웠다

나이 들으니 친구는 그냥 그대로 제자리이다

늘 살갑게 대하지 못했었는데 말 한마디도 정이 넘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술 마시지 않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자리 지키는 게 힘들었지만

평소 깊은 얘기 나누지 못하던 친구들이 건강 걱정해주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취중진담이라고

어느 친구가 뼈 있는 말한다

머리 좋은 넘들은 병도 쉽게 걸린다고

머리로 먹고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자기처럼 골치 아플 일 없이 사니 편하단다

와이프도 떠나가고 애들은 있는지??

암튼 혼자 사는 게 편하고 걱정 안 하고 산단다

손으로 먹고살아라.. 울림이 큰 말이다

 

예전 같으면 들으려고 하지도 않을 말이 조심스레 다가온다

생각 없이 살란 소리는 아니겠지만..

 

어느 친구는

내가 꽤나 같이 어울리지 않았나 보다

술이 취해서 태어난 근본을 버릴 수 없다고 자주 어울리고 벗어나려고 하지 말란다

많이 배웠던 다른 삶을 살던 동창은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지...

나이 먹으면 많이 배운 놈이나 못 배운 놈이나 다 똑같다는 말 조금은 실감 난다

 

친구들이 아침 먹고 떠나는데 다들 건강 걱정해주고 고마웠다

진심으로 건강 챙기라고 격려해준다

정녕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