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함께

무엇을 먼저 걱정해야 하나?

해슬기 2016. 4. 12. 10:52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를 듣는다

피아노 소리가 명징하게 들린다

슬프도록 또렷하게...

 

오늘 암검사 때문에 CT 촬영도 해야 하고 뼈 스캔도 해야 한다

전이가 안 되고 그대로이길 기원해야 한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이 있겠냐?

 

어제의 bad news 때문에 비창 소나타가 암 검사의 걱정을 훅~ 날려버렸다

아내도 날 원망하고 잠 못 이루더라

 

그래 다 내 탓이다

나를 원망하고 미워해라..

 

하지만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냐

제발 건강 생각해서 그만 잊어라

최악의 경우 권리금 다 날린다고 생각하자고 위로해도 아내는 힘들어한다

 

우리가 평생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인데

밥 먹고 사는데 문제없었는데..

아내는 늘 불안해했다

 

권리금을 친구한테 터무니없이 비싸게 주고 인수했기에

그 돈 다 못 봤는다고 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경쟁 브랜드가 두 집 건너 같은 상가에 입점한단다

물론 주스 파는 프랜차이즈지만 커피도 저가 커피를 판다

 

이디야로서는 강적을 만났다

아직까지 주변에 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있지만 잘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제대로 된 강적이다

쥬시 입장에서도 우리를 타깃으로 전략을 펼치겠지만

좁은 동네에서 쥬시까지 들어오니 매출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러니 권리금 적당히 받고 빠지자고 하던 아내 말을 건성으로 듣다 보니 이지경까지 왔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일에 걱정을 하지 말고 건강을 챙기자고 아무리 위로해도

날 원망만 하고...

 

내 암 검사인데도 친구와 등산 약속 있다고 나갔다

마음이 편치 않고 슬프다

 

권리금 다 날려도 좋으니 건강 챙기자는 내 말이 진심이 스며들지 않았나 보다

돈보다 건강이 우선인데..

찬 수술실에서 암 수술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했던 마음도 전했다

"난 아직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