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연하장 유감

해슬기 2006. 12. 20. 16:29

해마다 연말이면 연하장을 써야한다

일년동안 도와주신 분들 그리고 어르신들께 당연히 보낸다

 

내가 우리회사 입사해서 많은 해를 보냈으면서도

굳이 꼬불꼬불 악필로 연하장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십수년전에는 컴퓨터로 연하장 주소를 출력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흰 종이에 주소와 상호 직책 성명 우편번호 등...

필요한 내용을 출력해주는 프로그램도 보급해봤고

 

좀더 세련되게 스티커 형식으로 된 양식에 출력하는 프로그램도

사용했고 또 전사적으로 보급도 했다

 

그렇지만 왠지 나는 너무 형식적인거 같아

흔할 말로 개발쇠발인 내 필체로 직접 써서 보냈다

 

대부분 나보다 연배가 위신 분들인데

드르륵 프린터로 찍어서 보낸다는게 너무 메마른 인사 같아서이다

 

하지만 문제는 악필로 인한 지저분함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꿋꿋하게 손수 적었는데

 

어느해서부턴가 이메일로 데체되더니

이제는 전혀 보내지도 않는 해도 있었다

 

작년 같은 경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도 못 보낸거 같다

그러더니 이제는 이메일로도 점점 줄어든다

 

조금전에 달랑 연하장 3통을 써서 우체국에가서 발송했다

우표값이 250원이더군..

 

부모님께는 전화로 안부드리면 될거 같아 생략했다

그런데 어째 쓸쓸하다

 

이메일 혜택도 못 받으시는 고향 어르신들도 계신데

어쩌다 한통 받으실 연하장도 이리 귀찬아서야..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펜으로 써야한다는데에

그 알량함이 생산적이지 못함으로 치부하게 되고

 

또 해마다 연말이면 연하장 쓸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함에서

핑계를 찾아야 할까

 

요즘은 연하장이라는 단어조차 생경스러울게다

카드라고 표현하는 이쁜 종이들이 요즘애들에게 어울리지

 

십장생이나 그려있고 황금빛 창살무늬 장식이 어울리는 세대는 분명 아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아나로그 세대이지만 디지털 문화에 조금 젖었나보다

 

달랑 3장을 보내는 속좁음이 어찌 문화의 흐름에 편승되었다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