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다시 여름이??

해슬기 2004. 8. 31. 09:22

여름이 그냥 물러가기가 싫었나보다

나만 더운줄 알았더니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다 창문을 닫고 다니네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창문열고 헉헉대고 다녀?

올해 그만 사용할거 같은 에어컨을 다시 틀면서 다녔다

 

나처럼 과체중인 사람은 여름이 정말 짜증난다

가뜩이나 열이 많은 체질에 외부온도까지 도와주질 못하니 오죽하랴

 

그래도 생기 왕성한 여름이 지나가는건 못내 아쉽다

노출 옷을 못입어서도 아니고

근육질 몸매 자랑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활기 넘치는 에너지가 선선한 날씨에 제 색깔을 잊어버리는게 아쉬운거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가야하는 아쉬움이 아직 내 몸속에

자리잡고 앉아 여태껏 계절이 바뀜에 생소함을 드러낸다

 

긴 여름, 넘실거리는 세찬 물줄기에 씻겨내려간 개울가 쑥대

넘어졌다가 비스듬히 일어나서 진흙탕 물을 뒤집어 썼지만

 

고개들고 푸른 빛을 내미는 쑥대머리들의 발악같은 모습이

괜히 계절이 바뀜에 처량하게 만든다

 

거기다 허연 비닐조각이라도 몸뚱아리에 걸쳤으면 영락없이

저물어가는 인생을 보는 기분일거야

 

난 너무 늙음과 죽음에 일찍 고민했나보다

그러기에 개울가를 거닐면 유난히 우울했으니까

 

염세적이라기 보다는 너무 소심했다고 보는게 적절할게다

너무 소심타 못해 두려웠으니까

 

내가 없는 세상에 나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쟌아

너무 어려서부터 이런 질문을...

 

이제는 할 필요없지 다 알거나 몰라도 되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이제는 극복할 수있다는거겠지..

 

부베의 연인을 들어도 이제는 눈물 안나오니까...

 

에제 뉴스에 서울이 31도 였다는군

나만 더운게 아니었나봐

 

여름도 싫고 여름이 가는것도 싫으니 어쩌런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