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3일 쉬었다
내가 휴일도 없이 매장을 지켰더니 종강한 딸이 오늘 나보고 쉬란다
고맙기도 해라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낮잠도 즐기고 머리 손질도 하고
팝을 듣는다
c.c.r , santana 등을 듣는다
주로 기타 음악을 듣는다
모처럼의 여유다
고양이도 발치에서 졸고 있다
세탁소에 바지 수선 맡겼다
어째 잘 입던 바지가 길이가 길어졌는지 아니면 내 키가 줄었는지 신발 위에 접히는 모양새가 보기 싫다
많이 줄여달라 했다
바지 길이로 투덜대니 아내가 그런다
나이 들면 배도 들어가고 그러니 그런 거란다
특히 암 수술하고 밖에서 통 술을 안 마시니 배가 쏙 들어갔다
그래도 바지 길이가 너무 치렁치렁하다
세탁소 다녀오는데 늘 그 자리에 앉아계신 노인을 또 만난다
성당 다녀올 때도 만나니 그 노인은 그 일이 일상인가 보다
오늘도 여전히 비둘기 모이 준다
너무 많이 주니까 지저분하다
오죽하면 주지 말라고 현수막까지 앞에 걸어놨건만
그 노인은 비둘기와 교감하는 일이 즐거운가보다
외로움을 비둘기와 대화하며 풀기도 하고
쓸쓸함을 그리 시간 보내는가보다
노인???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깨 축 쳐지고 남루하고 기운 없이 비틀거리는 모습?
나무 그늘 아래 막걸리병 곁에 두고 장기 두는 모습?
머리 휑하니 빠져서 흰머리 뒤로 쪽진 검버섯 많은 할머니?
걸음걸이 불편해서 손주 손에 끌려가는 이웃집 할머니
얼마 후의 우리 모습 아닌가?
나의 모습이 그 노인한테 투영됨이 그리 낯설지 않을게다
늙음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하는가 보다
난 뭐 늙지 않나??
점점 소외될 거고 다들 떠나갈 거고 벤치의 노인처럼 쓸쓸할 거야
늙음을 수용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벌써 이만치 내 곁에 와있나 보다
40여 년 전 음악을 듣는다고 마음이나 젊지 몸은 여전히 한참이나 멀리가 있는데
그래도 맥 놓고 살 순 없잖아
늙음에 순응하면서도 버티는 거지
자꾸 새로움에 대하여 수용하고 삶이 힘들더라도 감상적으로만 안주하면 안 되지
산타나의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가 40여 년 전 멤버들이 다시 모여 앨범을 냈단다
늙어도 아직 살아있음을 그들도 보여주려고 그럴께다
에릭 클랩튼도, 폴 사이먼도 다들 늙음에 저항이라도 하듯 자기 삶, 자기 영역을 늙어서도 보여준다
나도 아직 늙은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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