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항암치료 중인 친구를 만났다
근 한달만에 보는 데다가 자꾸 머리가 빠진다고 그냥 다 밀어버린 모습은 처음이다
낮 병원 몇 호실 찾아가는데 수액주사 걸린 그것(???)을 밀고 나오는데
웬 노인네인가 했다
가뜩이나 얼굴이 쭈굴 한 데다 머리를 삭발했으니 염색도 못한 허연 민머리가
"여기다.." 하는데 몰라볼뻔 했다
아픈 친구한테 말은 못 하고 혼자 가슴 쓰렸다
암 투병 중인데 외모가 뭐 그리 대수냐 이겠지만 도통 서글퍼서 똑바로 쳐다보기 싫더라
그래도 씩씩하게 웃고 떠드는 게 안심은 된다
벌써 7개월이라고 말하며 단시간에 완치 바라지 않고 그냥 더불어 산다는 마음이라고 전한다
맞다 이길 수 없다면 같이 살아가면 된다
다만 내가 쪼끔을 더 나가서 암이 그 만큼인 상태에서 살면 되잖아
그럼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일상생활하며 항암치료도 받고
놀러도 다니고 그러면서 살면 되잖아..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둘이서 실컷 먹었다
구워 먹는데도 좋다고 해서 구워서 겉에 탄 부분 가위로 다 잘라서 주었다
많이 먹고 두어 시간 이상 그간 못다 한 얘기 하고 늦게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이 왜 그리 서글픈지
자꾸 친구 머리가 떠올라 우울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