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금 일찍 퇴근해서 아버님과 같이 나를 아껴주시고 이끌어주시던
부회장님댁에 들렸다
컴퓨터가 말썽을 부려 버리고 다시 살까 하신단다
그래서 일단 제가 한번 봐드리겠습니다 했다
그냥 화면에 보이는 대로 하셔서 윈도 7이었는데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메모리는 2GB인데 거기다 윈 10 이라니
뭔 프로그램이 그리 깔렸는지..
한참을 지우고 또 지웠다
조금 가벼워지니 쓰실만하다고 하신다
93세쯤 되셨을 텐데
작년하고 또 다르시다
청력이 많이 나빠지셨다
전화통화하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생전에 우리 아버님하고 통화하는 거 같다
누가 들으면 싸우는 줄 알게다
나도 그렇겠지??
그런데 아직도 컴퓨터로 뉴스 검색하시고 메일 읽으신다
이제는 시력도 불편해서 쓰기는 힘드신가 보다
필요한 메일 읽고 하루하루 가계부를 작성하신다
한글로 문서 작성하시고
특히 큰일 생겨서 연락할 주소록은 늘 최신으로 관리하신다
아흔이 넘으신 분이 참 정정하시다
'정정하다'라는 표현이 이럴 때 어울리나 보다
사모님과 사별하시고 그 넓은 집에 혼자 사신다
식사와 집안일은 아주머님 한분이 하시는데
저녁 설거지 끝내고 퇴근하시더라
얼마나 적적하시고 외로우실까
가끔 찾아뵈어야 하는데.. 맘 같지 않으니 죄송스럽다
컴퓨터는 말썽 부리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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