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친구가 놀러 가자고 보챈다
항암약 투약후 1주일간 회복기 때에는 기운을 어느 정도 차리고 식사도 가능하니까..
출발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다시 우리집에 와서 차를 가지고 무작정 평창으로 출발한다
올림픽 때는 못 오더라도 사람 없을 때 구경하쟌다
양평 개군면의 유명한 순대국밥집에서 점심을 하고(무척 맛있었다)
국도로 설렁설렁 알펜시아에 도착했다
사진 몇 장 찍고 날씨가 추워져서 부리나케 돌아선다
친구가 추운데 오래 있으면 쇼크까지 갈 정도로 위험하니까..
정동진을 들렸다
나는 처음이고 친구는 몇 번 다녀갔단다
강원도 사람이 정동진이 처음이니 나도 참 고향을 사랑치 않나 보다
정동진의 랜드마크
해시계 앞에서 친구와
정동진 바다를 뒤로 하고 친구와 한컷 찰칵~~
친구가 자꾸 말한다
"언제 다시 오겠냐??"
내가 핀잔준다
"곧 죽냐??"
강릉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 식당거리에서 저녁 먹고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
무척 오랜만에 찜질방이라 조금은 불편했지만 친구 하자는 대로 따라간다
여행의 첫날은 이리 저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경포 해안을 거닐었다
다 큰 어른들이 아니 난 아직이지만 친구는 며느리도 있다
살아온 날의 즐거운 부분만 기억하고 떠들면서 다니는 여행도 그리 외롭지 않다
우리에게 앞으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둘 다 건강하지 못하니 앞일은 의지대로 되지 않을 테니 지나온 날의 추억만 끄집어내면
서로 공감되는 얘기로 하루 종일 떠든다 해도 그리 힘들지 않을 테니까...
1100억 이상 들었다는 파리 개선문처럼 생긴 호텔도 보고
백사장도 걸어보고 인적 없는 바다 구경이 친구와 함께라 쓸쓸하진 않았다
주문진항으로 천천히 올라와 비싼 아침을 먹었다
도치 국이라는데 첨 먹어봤는데.. 비싸더라
군대 얘기만 실컷하면서 고성 통일 전망대에 도착해서 해금강을 뒤로하고...
날씨가 좋지 않아 해금강 섬들이 또렷하지 못하다
내가 실향민이 아니고 전후세대이다 보니 앞에 보이는 금강산 가는 길을 보아도
특별한 느낌도 없고 그냥 덤덤하다
그러니 통일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이 우리 같지 않음에 고개 끄떡여진다
우리는 반공교육시대이고 암울한 시국을 겪었지만 여전히 그 시절을 미화하고 동경하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 부모세대가 이룩한 나라를 우리 역시 일궜으니까 정당한 요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나와 생각과 주장이 다르더라도 무시하지 말자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고 넘어가고 받아들이자
시간이 여유 있어 설악산으로 갔다
친구에게 물어본다
"흔들바위까지 올라갈래??"
갈 수 있단다
천천히 친구 얘기 들으며 올랐다
시종 떠드는 친구에 장단 맞추며 오르다 보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
울산바위를 흔들바위 곁에 두고 올려다보니 장관이다
힘들지만 여기까지 올라와 준 친구가 고맙다
기운이 없을 텐데 날 위해 움직였나 보다
속초시내에서 도루묵찌개로 저녁 먹고 또 찜질방에서 잤다
저녁이 조금 부족했는지 컵라면 먹자 해서 다 늦게 라면 먹고 부라보콘도 먹고
예전부터 알려달라고 하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잡는 법 알려줬다
IT 기기에 서투른 친구 위해 천천히 가르쳐줬는데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지 자주 확인해야겠다
아이콘도 너저분하게 있어서 사용하는 것만 맨 앞 화면에다 끌어다 주고
비슷한 성격의 앱들을 홀더에 넣어서 정리해줬더니
깔끔하다고 친구가 좋아한다
둘째 날도 이렇게 마감한다
셋째 날은 아바이순대 동네에 가잔다
아침일찍이라 그런지 몇 집 문 안 열었더라
홍천으로 가기에 시간이 남아 오색약수터 들렸다
바람이 어찌 부는지 모자 날아갈 뻔했다
헌데 시간 내어 일부러 갔는데 오색 온천물이 말라 얼어버렸다
어디에도 물 흐르는 흔적도 없다
아쉽더라.. 가뭄때문인지 아니면 관리가 안 되는지??
이왕 온 김에 한계령을 넘자고 해서 꼬불꼬불 한계령을 올라
옛날 돈 좀 벌었을 휴게소에서 잠시 설악을 구경한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능선조차 흐리다
홍천에서 양곡 도정공장을 하는 친구를 만났다
무척이나 친했지만 나이 들어 조금은 어색해지는 사이다
하지만 반가워해 주고 맛있는 토종닭도 사줘서 잘 먹었다
암 치료 중인 친구에게 부드러운 고기 자꾸 덜어주는 모습에서
남자들의 우정의 향기를 느꼈다
셌다 암과 친한 사이다
도정 회사 사장인 친구는 전립선암으로 작년 수술받았단다
암으로 동지가 된 사이인가
나이 들면 아픈 것도 비슷해지나
돈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수리해서 사용해야 하나 보다
나는 신장을 수리했고, 그 친구는 전립선을 같이 여행하는 친구는 간을 치료하고 위를 수리해야 한다
늙음에 예외 없고 생로병사가 순리이니 그저 주어진 시간을 젊게 살자고 한다
친구도 오랜만에 여행이니 힐링되었나 보다
다음은 호남 땅을 가보고 싶단다
독일은 언제 가려나??
건강하고 마음은 항상 젊게 살자
BTS 가 방탄소년단이냐고 물어보고 또 그렇게 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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