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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늙음~~

by 해슬기 2018. 11. 5.

지난주 목요일 병원에 갔다

CT 촬영한 결과를 보기 위해서다

 

워낙 질문을 허용하지 않으시는 교수님이시니 어려운 자리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데 등이 가끔 파스 붙일 정도로 아픕니다"

"아무 문제없다고 했죠!! 정형외과 진료받아보세요"

"일 년 후에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괜찮다니 안심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정겨우면 더 편할 텐데...

 

일요일 성당 미사 마치고 아내와 성북동에 가끔 들리는 카페 갔다

아침에 커피 마셨는데도 또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두어 건물 지나 아내가 가보고 싶어 하는 여성 옷 매장을 갔다

아내 쇼핑할 때 전신을 볼 수 있는 거울에 내 모습을 봤다

 

햇살이 바로 비추니까 머리가 더 허옇다

전날 커트한 영향도 있겠지만 내 머리가 너무 허옇다

 

얼굴도 쭈글쭈글하고 잡티도 많고

나이를 온통 얼굴로 먹었나 보다

목주름은 더 생기고...

 

잠시 염색에 대하여 고민해봤다

저 머리를 검게 염색하면 조금 젊어질까???

 

아니다 그냥 세월에 맡기자

불편하게 염색은 뭐하러 해~~

 

네이버 신문에서 오늘 읽은 칼럼의 마지막 구절이 울림이 크다

 

영화 '은교' 나오는 70 늙은 시인 이적요 교수(박해일 ) 말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아시아경제에서)

 

 

늙음에 벌써 마음의 동요가 일렁인다

아직 여기까지는 아니겠지만 나도 애들 출가시켜야 할 무게가 있고

아내와의 생활비에 대한 책임 역시 그리 홀가분하지 않다

 

닥친 시련의 끝이 어떻게 끝이 날지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니

아마 그래서 어젯밤은 잠을 못 자고 그리 뒤척였나 보다

 

젊어서부터의 세상에 대한 패기는 이제 기억 저편에 물러갔고

편치 않은 삶이 어깨를 누를 때 

 

내가 참 바보같이 살았구나 자책하고 어리석은 인생이구나 한숨 쉰다

마무리도 짓지 못하고 세상 떠난다면 아내와 자식에게 참으로 부족한 남편이요 아버지겠지??

 

이해해다오

남편을 처음 해보고 아버지 역할을 처음 하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어리석기도 했다

 

두 번째가 있을 수 없겠지만

다시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로 만난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잘하겠지... 더 행복하고

 

우울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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