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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출근길 미안함

by 해슬기 2020. 4. 10.

붐비는 교대역에서 앞선 젊은 여자분 신발 뒤꿈치를 살짝 밟았다

미안하다고 목례하곤 내 갈길 갔는데

얼핏 쳐다보는 눈빛이 언짢아 보였다

쭈그리고 신발을 고쳐 신는 모습이었다

 

미안하다

고의는 아니지만 밀려 내리다 보니 그리되었다

올려다보는 눈빛이 너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내 잘못이다

젊은 사람들하고 부딪히며 내리려고 한 내 탓이다

같이 더불어 지냄도 고마운데 뭐 그리 바쁘다고 그리 사냐?

 

이제 바쁜 칸을 피해 조금 여유롭게 지내자

꼭 타는 칸 만 고집하지 말자

 

멀찍이 떨어져 내린 들 얼마나 차이 나겠냐

괜히 젊은 사람들한테 눈총 받지 말고 손가락질받지 말자

 

어울려 생활함이 꼭 부딪히며 사는 게 아니니까

남이 나를 볼 때 늙어서도 부드럽다 라는 말 듣고 싶다

 

너무 곧지 말고 그들에게 자리 비켜주자

난 많이 겪었고 살았지만 그네들은 아직 남은 시간을 잴 필요가 없을 테니

 

그나저나 오늘 그 여자분 

나 때문에 하루 언짢게 시작하지 말았으면 고맙겠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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