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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명예퇴직

by 해슬기 2007. 2. 2.

 

형이 벌써 명예퇴직했다는 지난달 소식 접하고 마음이 무척이나 섭섭하다

우리가 벌써 이 나이구나.. 생각이 많다

 

지난주 형하고 점심하면서 왜 벌써 했냐고 하니

쉬고 싶단다

 

나보다 좋은 직장이고 처장이면 쇠심줄 아닌가?

5년을 못채우고 퇴직하는 심정 누가 알겠냐만

 

낮에 등산복 차림인 모습을 보니 정말로 서럽더라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라이벌 의식이 나보다 더해

 

아직까지 으르렁대지만

이제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라니...

 

난들 별 재주 있나

요즘 부쩍 우울한게 아마 이 문제 때문일게다

 

일 잘했다고 상도 받았지만

진정 주고 싶어서 준게 아닐게다

 

남의 눈치 때문에 주었을 게고

마음속으로 수고했다는 말 아닐게다

 

이제 나는 몇년을 더 다닐 수 있을까?

정년까지 6년 남았다

 

그때까지 다닐 수 있을까

아니면 별이라도 달아줄까?

 

어림없는 일이다

제 식구 챙기기 바쁠텐데

 

누가 날 별 달아주자고 그러겠냐

입김 센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자기 자리 지키기위해

 

주변을 가지치고 있지 않냐?

그 대상인 사람들 보면 창립멤버들 부터이다

 

모든 공과 업적을 자기위주로 만들려니

자신을 잘 아는 주변을 정리하는게 경쟁에서 필연적인가보다

 

자신 나이먹는거 감추려고 남 나이 먹는거 부터 정리한다

참 무섭다

 

곧 제 식구중 20대 임원 나오겠지

그러면 지금 팀장들은 어쩌나.. 나가야하겠지

 

앞이 캄캄한 요즈음이다

이런 저런거 다 초월한다고 노력해도

 

불쑥 불쑥 들리는 소식에 우울하다

 

나도 베이붐세대다

이 직종에서 내 나이면 이미 없어져도 벌써 없어질 나이이다

 

하지만 제조업에 있다보니 알아주는 부서는 아니지만

그나마 수명은 길다

 

이제 6년이면 나도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의해

타의에 의해 어쩔수 없이 박탈당한다

 

노동의 신성함이야 달리 표현해 본들 그 의미를 온전히 담겠냐만

아직 멀쩡한 정신과 육체를 사회 규범에 의해 뺏기는 현상에

거부할 수 도 없고 저항한들 작금의 청년 실업을 보면 왜소해지기 그지없다

 

나도 20대 혈기도 있었고 30대 왕성한 자기 도취도 있었다

이제 40대도 지나고 자리 지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단 말인가

 

아직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일한다

젊은애들 보다 더 창의적이고 앞설 수 있다

 

조직에서 일의 퀄리티를 바벨 많이 들고 적게 들고로 평가하는데

너무 억울하다

 

하지만 길을 바켜줘야 후배들도 성장한다는 명제에는 이의 없다

그렇다고 아직 충분한 일할 나이에 그만둬야 함에 많은 소회가 있다

 

혜경이는 올해 중학교에 간다

너무 이뻐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다

 

애를 어떻게 해서도 대학은 마쳐줘야 하는데

고등학교 졸업까지만이라도 내가 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말 꺼내면 아내는 무척이나 싫어한다

하지만 현실이다

 

20대 초반부터 오직 이 직장에서 평생을 보냈다

오너의 뜻이야 우리와 많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숭고한 마음으로 인생을 여기서 보냈고

또 고맙게 삶을 향기롭게 누렸다

 

마무리를 해야하는 시점이 얼마 안 남았지만

명예를 지키고 싶다

 

하지만 그리 놔두질 않는구나...

마음이 산란한게 날씨많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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